기전이 잘 밝혀진 병 답게 통풍은 진행 정도에 따라 4단계로 나뉩니다. 1단계부터 4단계까지 반드시 순서대로 진행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통풍 환자는 무증상 고요산혈증 단계부터 시작하여 두번째 급성 통풍, 세번째 간헐기 통풍,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만성결절성 통풍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그럼 통풍의 첫 단계에 대해 살펴보기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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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풍은 무증상 고요산혈증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고요산혈증(Hyperuricemia)은 혈중 요산 수치가 정상보다 높은 상태로 여성은 6.0 mg/dL 이상, 남성은 7.0 mg/dL 이상일 때를 가리킵니다. 요산이 6.8 mg/dL 이상인 경우 정상적인 체온에서도 요산결정이 생기기 시작하고 관절에 쌓일 수 있으므로 통풍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남성은 7.0보다는 6.8이라는 수치를 고요산혈증의 경계선이라고 보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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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상 고요산혈증은 요산 수치는 높으나 어떤 증상도 없는 통풍의 첫 단계입니다. 통풍은 반드시 고요산혈증 단계에서 수년 심지어 수십 년 머물러 있다가 다음 단계로 진행됩니다. 선진국의 경우 무증상 고요산혈증의 비율은 전체 인구의 5~30퍼센트, 한국은 약 20퍼센트 정도입니다. 이들 3명 중 대략 1명이 2단계인 급성 통풍으로 넘어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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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멀쩡했던 요산 수치가 왜 오르는 걸까요?
 

고요산혈증이 생기는 원인은 통풍의 발생원인과 같습니다. 당뇨병, 고혈압, 건선 등 요산 수치를 올리는 질환이 있거나 이뇨제 같은 약을 복용할 때 요산 수치가 증가합니다. 이뇨제는 특히 혈압을 낮추기 위한 혈압강하제로 많이 쓰이는데 물과 나트륨은 배출시키고 요산은 재흡수를 촉진하므로 고요산혈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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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원인이 확실한 경우도 있지만 식습관, 생활습관, 스트레스, 음주, 비만, 가족력 등 뚜렷하지 않은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요산 수치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고요산혈증은 과도하게 요산이 생성되거나 요산배출이 잘 안 될 때, 혹은 이 두 가지가 겹칠 때 일어납니다. 하지만 요산 생성이 과도한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은 요산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서 발생합니다. 따라서 고요산혈증을 잡으려면 어떤 음식이나 생활습관이 요산 배출을 어렵게 하는 지를 파악하고 이를 고쳐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요산을 많이 만드는 퓨린이 다량 함유된 음식을 조심하는 것은 별반 효과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무증상 고요산혈증은 말 그대로 증상이 없으므로 고요산혈증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습니다. 설사 건강검진에서 요산 수치가 높게 나와도 의사는 특별히 약을 처방하지 않습니다. 수치가 비정상적 수준이더라도 증상이 없으면 고요산혈증 치료를 위한 약을 주지 않으므로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여 그냥 해오던 대로 방만한 생활을 지속하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의사는 약을 주고 싶어도 부작용이라는 실이 요산을 낮추는 득보다 워낙 크기 때문에 약을 처방하지 않을 뿐이지 고요산혈증 자체가 무시해도 되는 병이라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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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방간, 특히 음주를 하지 않아도 생기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폭증하고 있습니다. 지방간으로 진단받은 사람이 하도 많다 보니 웬만하면 걸리는 흔한 병이라고 생각하여 대부분 관리를 소홀히 합니다. 또 지방간에 특별히 잘 듣는 약도 없어 의사가 약을 처방하지도 않으므로 환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으며 나쁜 생활습관을 고칠 생각도 하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지방간염을 거쳐, 간경변, 간암으로 가는 단초가 되며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시작된 간암 환자가 아주 많다는 사실이 통계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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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산혈증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요산혈증은 단순히 혈액 속에 요산 수치가 높아진 것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우리 몸의 중요한 항산화제인 요산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졌다는 것은 향후 다른 질환이 유발될 확률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건강 전반에 걸쳐 심각한 점검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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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산 수치는 높을수록 무증상 고요산혈증에서 2단계인 급성 통풍 단계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집니다. 혈중 요산 농도가 7.0mg/dL 이상이면 통풍 발생의 위험은 정상인에 비해 6배, 8.0mg/dL 이상이 되면 15배, 9.0mg/dL 이상 되면 30배, 10.0mg/dL을 초과하면 위험도는 64배까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따라서 요산 수치가 정상치를 초과했다고 다 같은 고요산혈증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요산을 가능한한 많이 낮추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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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산혈증을 단순한 양성 질환으로 생각하는 의사나 환자가 아주 많습니다. 하지만 고요산혈증을 유발하는 요인 자체는 전혀 양성적이지가 않지요. 고요산혈증은 수명을 현격하게 감소시키는 다른 수많은 2차 질환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고요산혈증으로 진단받았다면 비록 증상은 없더라도 생활습관을 다시 한 번 점검하여 당뇨, 고혈압 같은 다른 질환이나 2단계인 급성 통풍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한번 급성 통풍이 오게 되면 평생을 통풍 환자로 살아야 할 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