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4년 30만9천명 정도였던 환자 수가 2018년 기준으로 43만 천명까지 늘었습니다. 불과 4년 만에 40퍼센트가 증가한 셈이지요. 이 수치는 병원을 찾은 환자만 해당되므로 실제 환자는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입니다. 한국의 통풍 유병률은 전체 인구의 약2퍼센트이고 병원을 찾지 않는 잠재적인 환자군까지 고려하면 3 퍼센트 정도가 통풍을 앓고 있는 것으로 예상됩니다. 환자 수로는 당뇨병이나 고혈압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증가 속도는 연 13퍼센트 정도로 거의 전염병 수준의 폭발적인 증가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식습관이 더욱 서구화되고 노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향후 통풍 환자는 더욱 빠르게 늘 것으로 보여집니다.
40대와 50대가 전체 통풍환자의 거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지만 30대 17.7퍼센트, 60대 16.2퍼센트로 환자의 연령대도 다양해지는 추세입니다. 통풍은 30대 이상 남성에게 가장 흔한 염증성 관절염이었습니다만 20대 통풍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어서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젊은 환자의 경우 남은 여생동안 평생 부작용이 심한 약을 복용해야 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큰 희생을 겪어야 합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불과 5년 사이에 20대와 30대의 남성 통풍 환자는 각각 82퍼센트, 66 퍼센트 급증했습니다. 이렇게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발병률이 높아지는 질병은 통풍밖에는 없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전세계 통풍치료제의 시장 규모는 3조원으로 연평균 15퍼센트 이상 성장하여 2025년에는 9조원을 넘어설 전망입니다. 과거에는 중년 남성에게 주로 나타났지만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20~30대 젊은이들의 통풍 발병률이 크게 높아짐에 따라 많은 제약회사가 눈에 불을 켜고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금 처방되는 모든 통풍 약들은 유독 부작용이 많아 의사들도 마음 놓고 처방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조사가 잘 되어 있는 미국의 예를 들면 요산 수치는 20세기 들어 폭등하고 있고 한국도 사정은 비슷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1920년대는 미국인의 요산 평균 수치가 3.5mg/dL이었으나 1980년대가 되자 평균 6.0에서 6.5까지 상승합니다. 지금은 이보다 당연히 더 높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인구가 점점 노령화됨에 따라 75세 이상의 고요산혈증은 1990년에서 1999년까지 2 배나 상승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아시아에서 통풍의 발생률이 가장 높은 대만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대만의 연구에 따르면 남성 통풍환자는 사망률이 1.3배, 여성은 1.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물론 무섭게 폭증하는 것은 요산뿐만이 아닙니다.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리는 LDL 수치도 100년 전 40 정도에서 지금은 평균 120mg/dL로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통풍 환자의 경우 대부분 요산 수치 외에도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혈당 등도 동반되어 높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순히 요산만 신경 쓰기 보다는 전체적인 건강관련 수치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모든 것을 퓨린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은 이렇게 환자가 폭증하는 현상은 퓨린이 많이 든 식사를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통풍에 가장 안 좋다는 맥주를 물보다도 더 자주 그리고 엄청나게 많이 마셨던 근대 영국 서민들에게 통풍이 없었던 것을 보면 이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지금처럼 비만이 증가하고 서구식 식습관을 즐기며 인구의 노령화가 급격히 진행된다면 머지않아 통풍은 한국인의 대표적인 만성질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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