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지수가 낮은 대부분의 채소에 비해 감자는 빠르게 혈당을 올립니다. 특히 감자는 날 것으로 먹어도 되는 고구마와 달리 반드시 조리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가공 후 혈당이 더 빨리 상승할 수 있습니다. 세계 4대 작물 중 하나이며 인류의 기아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된 감자가 탄수화물을 공공의 적으로 보는 작금의 상황에서 오직 혈당지수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천대를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통풍 환자는 식이 섬유와 미네랄의 보고인 감자를 무조건 피해야만 할까요?
구운 감자는 품종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혈당지수가 대략 85까지 치솟으므로 그다지 권장하지 않는 요리 방법입니다. 설탕을 퍼먹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혈당을 올립니다. 그런데 요리를 어떻게 하는가, 먹는 방식을 어떻게 달리 하는가에 따라 같은 감자라도 혈당을 급격히 올리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럼 감자를 어떻게 먹어야 할 지 하나씩 살펴보기로 합시다.
첫째, 감자를 굽는 것보다 찌면 혈당지수가 낮아집니다. 다른 채소에 비해 여전히 높기는 해도 굽는 것만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둘째, 감자를 먹을 때는 올리브 오일을 가볍게 둘러서 살짝 데쳐 주면 혈당을 높이지 않는 지방 성분으로 인해 혈당지수가 많이 낮아집니다.
물론 올리브 오일도 지방의 일종이어서 칼로리가 높기 때문에 지나치게 많이 써서는 안 됩니다. 지방이 풍부한 아보카도 같은 과일과 함께 감자를 먹는 것도 전체적으로 혈당을 낮추는 좋은 방법입니다.
감자에 지방을 포함시키면 혈당지수가 낮아진다고 해서 시중에 파는 프렌치 프라이(French fries)를 즐겨서는 곤란합니다. 으깬 감자(mashed potato)의 혈당지수 87보다는 낮은 75정도지만 좋지 않은 기름으로 튀겼기 때문에 통풍 환자는 절대 먹어서는 안 됩니다. 식용유인 오메가6지방산의 과다섭취가 통풍을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임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셋째, 레몬과 같은 감귤류나 유기농 식초처럼 산성이 강한 식품과 함께 먹을 경우 소장으로 천천히 내려가므로 혈당을 빠르게 올리지 않습니다. 감자를 요리할 때는 가급적 이런 양념을 충분히 쓰는 것이 좋습니다.
넷째, 감자만 먹기 보다 감자와 함께 단백질이 풍부한 생선, 콩 등을 함께 먹으면 혈당을 서서히 올리게 됩니다. 단백질은 인슐린 분비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케일, 시금치, 상추와 같은 혈당지수가 낮은 채소와 함께 감자를 샐러드 형식으로 먹게 되면 혈당을 높이지 않습니다.
여섯째, 감자를 껍질째 먹도록 합시다. 껍질에는 식이 섬유가 많은데 식이 섬유는 혈당을 서서히 올리도록 도와줍니다.
일곱째, 감자의 혈당지수를 낮추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자의 탄수화물을 노화전분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감자가 뜨거울 때에 비해 식혔을 때는 노화전분이 2배, 냉장고에 넣어 차게 만들었을 때는 노화전분이 3배까지 증가한다고 합니다. 노화전분은 포도당이 아주 단단하게 결합이 되어 소화효소에 의해 분해가 잘 되지 않는 형태의 전분으로 포도당으로 변환이 쉽지 않아 혈당을 훨씬 덜 올립니다. 식은 밥이나 냉장고에 넣어 놓은 찬 밥은 노화전분으로 변해 혈당을 잘 올리지 않으므로 당뇨 환자들이 혈당 조절을 위해 가끔 시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혈당을 낮추기 위해 식은 밥을 계속 먹는 것은 평생 유지할 수도 없는 다이어트 방식이며 먹는 즐거움을 빼앗아 가므로 권할 만한 방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녁에 감자를 다양한 야채와 함께 샐러드로 만들어 놓고 냉장고에 넣어 놓았다가 아침에 꺼내 먹는다면 거부감 없이 감자를 건강하게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혈당을 치솟게 하지 않으므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2005년 4월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미국산 붉은 감자의 경우 쪘을 때는 혈당지수가 89였는데 충분히 식혀서 노화전분이 풍부해지면 혈당지수가 56으로 감소하여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고 합니다.
식은 감자를 다시 데워도 노화전분의 양은 감소하지 않으므로 한 번 시도해 보기를 권합니다. 통풍이 있다면 방금 구어 낸 뜨거운 감자를 호호 불어가며 먹는 것은 이제 잊어버리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