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지수는 원래 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을 도와주기 위해 도입된 개념입니다. 비만, 당뇨병 그리고 통풍을 비롯한 거의 모든 생활습관병은 혈당조절이 잘 되지 않을 때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혈당을 잘 컨트롤하는 것이 통풍 같은 만성질환의 병세 개선과 치유를 위해 아주 중요합니다.
혈당지수(Glycemic index)는 어떤 음식을 섭취한 다음 일정 시간이 지난 후 혈당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상대적으로 수치화한 것입니다. 호밀빵을 예를 들어 볼까요. 먼저 50그램의 탄수화물을 포함한 호밀빵을 공복 중인 피실험자들에게 먹인 뒤 두 시간에 걸쳐 일정 시간 간격으로 혈당을 측정합니다. 이렇게 하면 호밀빵이 두 시간 동안 증가시키는 혈당의 양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혈당지수는 포도당이 기준이 되며 포도당 50그램이 투여되어 올린 혈당치를 100으로 봅니다. 순수 포도당이 혈당을 가장 빨리 올리므로 가장 높은 혈당지수는 100이 됩니다. 포도당에 비해 다른 식품은 혈당을 얼마나 올리는가를 비교하여 수치화한 것이 혈당지수인데 예를 들어 호밀빵은 50이 됩니다. 같은 양의 탄수화물 50그램을 섭취했을 때 포도당은 100 만큼 혈당을 상승시키고 호밀빵은 그 절반인 50을 올리는 것이지요.
일반적으로 70 이상이면 혈당지수가 높고, 54 이하이면 혈당지수가 낮은 식품으로 분류됩니다. 69와 55 사이는 중간 정도의 혈당지수를 가졌다고 평가하지요. 당연히 혈당지수가 높을수록 혈당을 급속하게 올립니다.
흰색 음식은 대개 높은 혈당지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음식 중에는 흰 밀가루와 흰 설탕이 많이 들어있는 가공식품도 포함됩니다. 물론 감자처럼 가공음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도 있지요. 이미 설탕 섭취를 제한하라는 3 단계를 잘 수행하고 있다면 혈당지수를 급격히 올리는 가공식품도 거의 먹지 않고 있을 것입니다.
식이 섬유가 풍부한 음식은 혈당을 서서히 높입니다. 식이 섬유가 많이 든 음식은 소화가 서서히 되며 따라서 혈당을 조금씩 증가시키지요. 식이 섬유는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식사량을 줄이고 과식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채소, 통곡 식품, 콩 종류, 견과류, 사과나 배 같은 과일은 식이 섬유가 풍부해서 혈당을 서서히 높이므로 고혈당의 피해를 입지 않게 됩니다. 가공되지 않은 식품을 섭취하라는 2 단계 지침을 잘 따르고 있다면 이미 식이 섬유가 풍부한 식사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혈당지수가 높은 식품은 건강에 모두 좋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혈당지수가 높은 식품, 예를 들어 감자를 먹더라도 다른 음식과 함께 적절하게 함께 섭취할 경우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가령 식이 섬유, 좋은 단백질, 필수 지방을 함께 먹게 되면 설사 혈당지수가 높은 식품을 약간 섭취하더라도 다른 식품과 뒤섞이면서 혈당을 서서히 올리게 됩니다. 식이 섬유는 탄수화물이기는 하지만 인슐린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단백질과 지방도 혈당을 올리는 것과는 무관합니다.
예를 들어 혈당지수가 아주 높은 구운 감자를 저지방 요구르트, 싱싱한 채소 샐러드에 견과류를 추가하여 당근주스와 함께 마신다면 설사 감자와 당근이 혈당지수가 높더라도 단백질, 식이 섬유. 지방이 이들 식품의 탄수화물 흡수를 지연시켜 혈당을 서서히 올리게 됩니다. 당연히 췌장에 부담을 주지 않으며 통풍 같이 생활습관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가장 피해야 할 인슐린 저항성을 야기하지 않게 되는 겁니다.
혈당지수가 낮은 식품만 골라 먹기보다는 혈당지수가 높더라도 건강에 좋은 식품과 식이 섬유, 단백질, 지방을 골고루 섞어서 먹는 것이 좋습니다. 혈당지수가 식품 선택의 절대적인 요인이 아닌 것이지요.
그렇다면 혈당지수를 실생활에 어떻게 활용할까요.
혈당지수 자체만 보고 자신에 적합한 식품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가령 아이스크림이나 스펀지케이크는 혈당지수가 낮은 식품이지요. 이들 식품은 지방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데 지방은 혈당을 올리지 않기 때문에 혈당지수는 상당히 낮습니다. 하지만 영양소는 적고 칼로리는 높아 몸에는 좋지 않은 식품이어서 가능하면 삼가야 합니다.
반면 당근은 혈당지수가 아주 높기는 하지만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고 영양소가 많이 들어 있습니다. 당근과 아이스크림 중 어떤 음식이 만성 생활습관병에 더 좋을까요? 혈당을 설사 빠르게 높인다고 손치더라도 당연히 당근이 선택되어야 합니다. 혈당지수는 건강에 좋은 음식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까 고민할 때 참조가 되는 것이지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음식이라도 혈당지수가 낮으면 무조건 좋다는 것이 아님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몸에 좋은 건강한 식품 중에서는 가급적 혈당지수가 낮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지요.
혈당지수는 탄수화물 50 그램을 포함하고 있는 해당 식품이 얼마나 혈당을 빨리 올리는가를 알려 줍니다. 하지만 당근처럼 탄수화물을 적게 포함하고 있는 식품의 혈당지수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양의 당근을 먹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 식사에서 탄수화물 50 그램을 포함한 엄청난 양의 당근을 먹는 경우는 거의 없지요. 따라서 좀 더 현실적으로 혈당을 얼마나 빨리 올리는지를 살펴보려면 혈당지수가 아닌 다른 개념을 도입해야 할 겁니다. 좀더 현실적이고 새로운 개념인 혈당부하에 대해 알아보기로 합시다.
혈당지수는 탄수화물 50 그램이 포함된 특정 식품이 얼마나 혈당을 빨리 올리는가를 수치화한 개념입니다. 그러나 탄수화물을 적게 포함하고 있는 식품의 경우 탄수화물 50그램을 섭취하려면 상당히 많은 양을 먹어야 하지요. 반면 성분 자체가 대부분 탄수화물인 식품이라면 소량만 먹어도 될 겁니다. 따라서 혈당지수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서는 그 식품이 포함하고 있는 탄수화물의 함량에 따라 섭취해야 하는 양이 크게 달라진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혈당지수의 이러한 한계로 인해 혈당지수만으로는 부족하며 혈당부하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합니다. 얼마나 많은 양의 인슐린이 분비되는가는 식품의 혈당지수가 아닌 그 식품이 포함하고 있는 탄수화물의 밀도 즉 혈당부하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지요.
혈당지수는 단지 식품이 혈당을 얼마나 빨리 올리는 지에만 관련이 있습니다. 그 식품의 얼마나 많은 부분이 혈당을 올리는 것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혈당을 올리는 탄수화물이 그 식품에 얼마나 많이 포함되어 있는 지도 알 수가 없는 것이지요. 혈당부하에는 이런 점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혈당부하(GL: Glycemic Load)는 혈당지수를 100으로 나눈 후 통상 섭취하는 양에 포함되어 있는 탄수화물의 양을 곱해서 얻을 수 있습니다. 가령 혈당지수가 72이고 한번에 먹는 탄수화물 섭취량이 20그램이라면 혈당부하는 0.72*20으로 14.4이 되는 것이지요. 혈당부하가 낮은 식품은 10 이하, 중간 정도는 11~19, 20 이상이면 혈당부하가 높은 식품으로 분류됩니다.
혈당지수가 높은 식품이 혈당부하가 낮은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물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당근의 경우 혈당지수가 92로 아주 높지만 통상 섭취하는 반 컵 정도의 당근에는 탄수화물이 4.2 그램 정도만 들어있어서 혈당부하는 3.9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하루 반 컵 정도의 당근은 인슐린저항성을 일으키거나 통풍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습니다. 반면 베이글(bagel)은 혈당지수가 73으로 보통 수준이지만 한번 섭취하는 베이글에는 탄수화물이 65 그램이나 포함하고 있어서 혈당부하가 무려 47이나 됩니다. 혈당지수만 보고 당근 대신 베이글을 좋은 식품이라고 선택하면 아주 위험하겠네요.
가공된 탄수화물은 비만을 초래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통풍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가공 탄수화물은 혈당부하가 높은 대표적인 식품이기도 하지요. 혈당부하가 높은 식품은 고혈당과 저혈당을 청룡열차 타듯이 급히 오르내리게 만들어 결국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며 요산 수치를 올립니다. 반면 혈당부하가 낮은 식품은 혈당을 춤추게 하지 않으며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키게 됩니다.
혈당부하가 낮은 음식을 먹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지금 유행하는 지방 위주의 다이어트나 오래전에 시행되었던 황제 다이어트처럼 탄수화물을 극도로 줄이면서 지방이나 단백질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혈당부하가 낮아서 혈당을 아주 서서히 올리는 식품을 주로 섭취하는 것입니다. 귀리나 베리류 같은 탄수화물이 이런 예에 해당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 둘을 합한 것이지요. 좋은 단백질과 지방의 섭취량을 충분히 늘리고 탄수화물은 줄이되 혈당부하가 낮은 탄수화물 식품을 섭취하게 되면 통풍을 개선하거나 발작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혈당부하가 낮은 식품이라도 어차피 혈당을 올립니다. 따라서 탄수화물을 섭취할 때는 항상 양질의 지방과 단백질을 함께 먹는 것이 좋겠습니다. 가령 탄수화물이 많은 사과를 먹을 때 아몬드나 호박씨처럼 지방과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겉들이는 식으로 동시에 섭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혈당부하가 낮은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을 함께 먹되 조금씩 자주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침식사를 거르면 안 되며 아침과 점심 사이, 점심과 저녁 사이에 간단한 요기를 해서 하루 5 끼 정도를 먹도록 하되, 과식을 절대 피해야합니다.
혈당부하가 낮은 식품을 먹거나 수용성 식이 섬유를 섭취하면 적은 양의 인슐린으로도 충분히 혈당을 조절할 수 있게 되어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지 않게 됩니다. 당뇨 약 중에 메트포민(metformin)이 있는데 이 약의 작용이 바로 인슐린 저항성을 낮춰주지요. 다른 혈당 강하제는 가뜩이나 약해진 췌장을 쥐어짜서 더 많은 인슐린을 생산하도록 하는 것이어서 결국 인슐린 주사를 맞게 만듭니다. 이런 의미에서 메트포민이 아주 좋은 약처럼 보이지만 불편한 부작용이 많아서 흔하게 처방되지는 않습니다.
인슐린 민감도를 높여 췌장에서 인슐린을 덜 생산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은 다음 두 가지입니다.
크롬(Chrome)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미네랄이지만 인슐린의 민감도를 높이고 인슐린 저항성을 떨어뜨려서 통풍을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합니다. 또 하나의 건강식품은 계피입니다. 계피 역시 인슐린 민감도를 높여 소량의 인슐린으로도 혈당을 잘 조절할 수 있게 하여 인슐린 저항성을 낮춰주는 작용을 합니다. 유기농 계피를 차로 해서 수시로 마셔도 좋고 다양한 음식에 계피를 활용해도 됩니다.
따라서 혈당지수도 어느 정도 참고해야 하겠지만 혈당부하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통풍 환자라면 혈당부하가 낮은 좋은 식품을 섭취하도록 신경을 쓰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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