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온갖 질병, 특히 통풍의 발병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이라는 개념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세포는 혈액 속의 포도당을 주에너지원으로 사용합니다. 세포가 필요로 하는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밀어 넣어 주기 위해서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필요합니다. 세포막에는 인슐린의 자극에 의해 혈당을 세포 내로 받아들이는 인슐린 수용체가 여러 개 있습니다. 일종의 출입문이라고 볼 수 있지요. 인슐린이 정상적으로 작용할 경우 인슐린이 분비되면 여러 개의 문이 일제히 활짝 열리면서 세포 내로 포도당이 쏟아져 들어가서 에너지로 사용됩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인해 출입문이 잘 열리지 않거나 아예 망가져 있으면 포도당이 세포 내로 잘 들어가지 않게 됩니다. 이럴 경우 우리 몸은 인슐린의 양을 계속 늘리게 되고 인슐린이 혈액 속에 많아지는 고인슐린혈증 상태가 됩니다. 혈당은 아직 정상이지만 인슐린의 혈당 조절 능력이 떨어져서 혈액 속에 인슐린 양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상태를 인슐린의 저항성이 커졌다, 혹은 인슐린 민감성(insulin sensitivity)이 낮아졌다고 말합니다.
본격적인 당뇨로 진행되면 췌장에서 인슐린 생산 능력이 줄어들면서 혈당은 올라가지만 혈중 인슐린 양은 오히려 감소합니다. 하지만 내당능 장애에서 당뇨병으로 진행되는 당뇨 초기나, 혹은 혈당은 정상 범위 내지만 인슐린의 효용성이 떨어져서 혈중 인슐린 양이 많아지는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상태일 때는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 몸에 문제를 일으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강상의 여러 문제나 합병증이 혈중 포도당이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고혈당도 문제지만 혈액 속에 인슐린 양이 많아질 경우 아주 심각한 영향을 미칩니다. 인슐린이 혈액 속에 많은 양으로 존재하면 비만을 비롯한 통풍 등 만성질환을 유발합니다. 고인슐린혈증일 때, 즉 인슐린 저항성이 커질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과도한 인슐린은 지방 생산을 촉진하여 남아도는 혈중 포도당을 복부에 내장지방 형태로 저장하며, 인체가 지방을 분해하여 사용하는 것도 방해하므로 체중이 증가합니다.
둘째,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triglyceride) 양을 증가시키므로 심혈관 질환 발병률이 높아집니다.
셋째, 신장으로 하여금 혈액 속에 더 많은 수분과 염분을 유지하게 만들기 때문에 혈압이 상승합니다.
넷째, 당뇨 초기에 고혈당과 고인슐린 상태가 함께 유지될 경우 쉽게 동맥에 상처가 납니다. 동맥이 손상되고 추가로 혈압이 올라가는 두 가지 상황이 겹치면 혈전이 생성되고 마침내 동맥이 막히면서 심근경색증이나 뇌경색을 유발하게 됩니다. 신장도 망가지기 시작하며 시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체중도 빠르게 증가합니다.
당뇨로 진행되어 혈당이 높아져도 문제이지만 당뇨로 진행되기 전 인슐린 저항성이 커졌을 때도 그에 못지 않은 심각한 문제가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슐린 저항성의 증가는 통풍의 중요한 발병 원인 중 하나입니다.
논란의 여지가 아주 많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이 시행하고 있는 저탄고지 다이어트도 탄수화물의 양을 하루 100그램 이하로 극단적으로 줄여서 인슐린의 민감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기 위한 용도로 쓰입니다.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인슐린 저항성을 낮출 수 없을 때 여러 부작용을 감수하고 최후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