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구성, 내열성, 전기 절연성이 뛰어나고 값이 싸서 건설 자재를 비롯하여 전기제품, 가정용품 등에 널리 사용되었던 석면(asbestos)은 폐암을 비롯한 폐질환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 27종 중 하나로 지정된 후 한국에서는 완전히 퇴출되기에 이르렀습니다.
통풍을 이야기하면서 느닷없이 석면을 언급하는 것은 석면과 요산결정을 비교하면 염증의 메커니즘을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석면은 인체에 전혀 무해한 모래나 수정과 같은 성분입니다. 수은이나 납과 같은 중금속과 달리 이렇게 안전한 물질이 우리 몸에 들어오면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어떤 이유로 폐암을 일으킬까요?
요산이 혈액 속에 녹아 있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그 양이 지나치게 많아 결정을 생성하면 우리 면역체계는 이를 제거해야 할 적으로 생각하여 활성산소를 쏘아대고 염증 물질을 분비합니다. 하지만 결정은 생명체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식의 공격으로는 없앨 수가 없으며 면역 세포들은 더욱 심하게 공격을 하게 되면서 마침내 발작이 시작됩니다.
석면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 인체에는 무해하지만 석면이 우리 폐로 들어오게 되면 우리 면역세포는 이를 제거해야 할 이물질로 판단하여 활성산소를 분비하고 염증 물질을 생성하여 공격합니다. 폐암이 나타나는 이유는 석면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 인체가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만성 염증으로 인해 폐 세포가 손상이 되고 DNA의 변이가 일어나기 때문이지요.
그럼 석면과 요산결정이 다른 점을 알아보겠습니다.
요산결정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시 혈액 속에 녹기 시작하고 결정이 사라지면 증상도 없어집니다. 반면 석면은 절대 녹지 않기 때문에 면역세포의 공격은 평생 지속됩니다. 통풍에 걸려도 요산 수치만 잘 낮추면 결정이 사라지면서 완치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반면 폐 속에 박힌 석면은 제거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만성 염증의 피해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습니다. 석면이 요산결정보다 훨씬 무서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요산결정이 생기면 면역세포가 염증 물질을 분비하면서 심한 통증을 유발합니다. 급성 통풍의 통증은 출산의 고통에 버금갈 정도로 극심하지요. 반면 석면에 의한 여러 폐질환에는 통증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는 폐 세포가 통증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심한 통증은 염증의 한 증상이며 통증을 느낄 경우 치유에 각별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만들지만 폐는 그런 통증을 느낄 수 없어 병을 크게 키울 수 있습니다.
석면과 요산결정의 상이한 점과 유사점을 살펴보았습니다만 통풍은 만성 염증 질환이며 요산 수치를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염증을 잘 다스려야 치유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이 비교를 통해 잘 이해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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